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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알라딘

실로 몇 년만인지 웅이를 만나 목이 쉬도록 수다를 떨던 날. 친구가 새 알라딘을 봤냐고 물었다. 사실 기대가 절반이었고, 관심 없음이 절반인 영화였다. 그런데 웅이가 말하길 우리가 알던 윌 오빠는 나쁜 녀석들이나 맨인블랙 속 멋쟁이 힙스터지만, 아니었어. 그 오빠는 지니였어! 라고 했다. 지니고, 지니를 연기하기 위해 지금껏 특수 요원인 척 했다는 것이다. 친구의 유쾌한 평가가 흥미로웠다. 그래서 졸린 눈을 부비며 나에겐 심야에 해당하는 8시인가 9시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영화를 봤다. 이야기는 디즈니 르네상스였던 90년대 만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야 마땅한 일이긴 했다. 놀라운 것은 만화가 실사로 바뀌어 온 2~30년 사이의 기술력이다. 오히려 만화보다도 화려해진 그래픽은 실제로 우리 오빠를 ..

상어의 도시-넬레 노이하우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사실상 데뷔작인 상어의 도시는 낭독봉사를 위해 읽었다. 상하 2권을 읽어내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처음 책을 정한 때 2권이라 걱정을 했는데, 백설공주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에 이 책을 잡았던 기억이 참 옛날 일만 같다. 백설공주를 비롯한 피아와 보덴슈타인 형사가 등장하는 추리스릴러는 이제 타우누스 시리즈라고 불린다. 그리고 내가 읽은 백설공주와 친구들 같은 경우 정말 흥미로워서 다른 작품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어의 도시는 뉴욕이 배경이며, 잘 나가는 금융계 인사인 알렉스와 뉴욕의 숨은 대부 세르지오, 정의로운 뉴욕 시장 코스티디스가 주인공인, 타우누스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나 혼자 읽었다면 그저 이야기가 가진 재미만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오랜만에 일본 소설을 읽었다. 하필이면 일본 불매 운동에 불이 붙어서, 일본식 표현도 자제하자는 요즘이지만, 방학이고 실로 오랜만에 오롯이 나를 위해 책을 읽을 시간이 확보된 즈음었다. 소설은 쉽고 재미있었다. 광고 속 흔한 말처럼 손에 잡고, 작정만 한다면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 속도감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마법같은' 이야기였기에 한나절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데 보름이 걸렸다. 일주일은 백중 기도를 했고, 닷새는 책을 그저 놓아두고 보기만 했다. 처음 손에 잡았던 하루, 나머지를 읽은 하루, 그렇게 보름 걸려 읽었다. 과거와 현재 몇 겹의 이야기가 나미야 잡화점에 모여들어 바삭한 과자처럼 한 입에 들어오지만, 정작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 이야기에서 멈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