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름한 여행기/2012 인도

영화 속으로 2-<김종욱 찾기>조드푸르 메헤랑가르 성

단이슬 2013. 9. 3. 22:04

 

어느덧 스인네 성지순례를 출발했던 날이 1년 가까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기억은 그곳을 헤매고 있으니, 오늘따라 일렬로 차분히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차량들을 보면서 

차선실종 고성경적의 인도 도로가 떠올랐다. 

그런 도로를 누볐던 조드푸르. 


<김종욱 찾기> 때문에 인도 여행에서 필수 코스가 되어버린 이 도시에서 우리는

툭툭을 하루 전세내서 타고 다녔다. 

도시는 꽤 크지만 다른 목적이 없다면 하루만에 관광을 마칠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 시작은 응당 메헤랑가르 성이었다. 



엄마는 웃고 있지만, 저 손도장을 찍은 여성들의 삶도 그러했을까?

나 역시도 저 자리에서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지만, 

2012년에도 혼수 문제 때문에 곳곳에서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는 인도의 며느리들과 

아직도 풀리지 않는 고부관계 때문에 여기저기가 시끄러운 우리나라 TV쇼를 생각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인도 신문에는 부엌일을 하다가 불에 타 죽은 새댁 기사가 실리곤 한단다. 

공식적으로는 질질 끌리는 사리 자락에 불길이 붙었는데, 

미처 불길을 잡지 못해 비극이 일어났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건의 이면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공공의 적 시누이가 있다고 하니,

그 개요는 알아서 생각하시길...



얼핏 보면 목조 건물 같지만, 저 역시 '돌'이었다. 


처음 인도에 갔을 때는, 특히 산치 대탑을 참배했을 때는 경외감도 들었지만

단단하다는 화강암에 비해 무르다는 사암에 남긴 조각에 대해 

'그럴 수 있지.'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하면서 그 생각이 절대적인 경외감으로 자리잡았다. 

여러 도시에서 성을 많이 관람했는데, 그 화려함이 각각 다르면서도 

하나같이 감탄을 자아내게끔 섬세하고 정교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이푸르와 조드푸르가 있는 라자스탄 지역은 아직까지도 '라자', '마하라자'라고 부르는 

영주 개념과 비슷할 것 같은 지역의 왕이 있는 곳이 많다. 

그만큼 힌두스탄의 개성을 굳건히 지니고 있는 곳이며, 

그들 전통의 건축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조드푸르 역시 현존하는 왕이 있는 도시였다. 

그래서일까 도시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메헤랑가르 성은 다른 곳보다도 체계적으로 

관람 코스를 잡아두고 곳곳에 그들 문화의 정수를 자랑하듯 전시해 놓고 있어서

관람이 보람되다 싶을만큼 흥미로웠다. 



성 자체도 그러하지만 내부의 전시물들은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았다. 

촘촘히 전시해 둔, 눈이 휘둥그레질 법한 보석 장신구들부터 

근대에 쓴 아름다운 접견실 등까지 둘러 본 우리는 다리가 무척 아팠다. 

그래서 엄마가 저 아래 파란 도시를 가리키는 성곽으로 가지 않을 뻔 했다. 

힘들어서 그냥 내려가자는 엄마와 잠깐 벤치에 앉았는데,

우리 뒤에 나온 사람들이 성에서 오른쪽으로 나있는 허허벌판을 향한 길로 가는 거다. 


"뭐 있나 봐요."하고 억지로 기운을 내서 그 사람들을 따라 갔다. 



영화 속에서 본 풍경이 나오는 일종의 뷰 뽀인트!



고팔 게스트 하우스에 있을 때 본 우리나라 여행자들의 방명록 내용의 8할은

'김종욱', '공유', '임수정'을 언급하고 있었다. 

엄마는 아니었지만 나는 이미 그 영화를 본 입장에서 

이 성벽 위에서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어쩌면 그것은 목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습관에 의한 것 같았다. 

'인증'에 풍덩 빠져버린 요즘 한국사람들의 모습, 거기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고나 할까? 


그 때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엄마를 찍어주기에 바빴지만, 

지금 보니 저 대포가 저렇게나 컸던가? 싶다. 



한참을 땡볕에서 마을 성벽 아래 푸른 마을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감탄을 흘렸다. 

아직 오전인데 햇볕이 저 정도였으니... 

그 징그러운 2013년 8월의 볕이 다시 생각나려 한다. 

이 싱그러운 대한민국 영축산의 초가을 밤바람을 맞으면서 떠올릴

아름다운 햇살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그런 따가운 햇살이라도 좋다. 

수첩 비밀 공간에 숨겨둔 나만의 추억이 있다면, 

그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수정처럼 빛나는 삶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