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시티 자이푸르는 인도 현지인들에고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했다.
'핑크'가 가진 로맨틱함 때문일까 생각을 해 봤다.
그런데 그 색깔이 사실 우리 눈에는 핑크라기 보다는 오렌지에 가까웠는데,
그래서일까 자이푸르 시내의 시티 팰리스보다는 영화 <조다 악바르>를 통해서 인상깊게 봤던 암베르 성이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암베르는 악바르 황제에게 시집갔던 힌두 공주 조다 바이의 친정이다.
그런만큼 '인도'하면 떠오르는 터번을 쓴 사람들의 고장인 자이푸르에서도 유서 깊은 곳이다.
정찰제로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멋진 숙소 아따띠에서 머무르면서
씨티은행을 찾아 돈을 인출하고, KFC와 맥도날드를 만나서 뛸만큼 기뻤던 하루를 지내고
암베르로 찾아가던 날,
버스를 잘못 탔다!
인도의 복잡하고 혼란하기 그지없는 도로사정을 여과없이 볼 수 있는 자이푸르 성 안의 길을 꺾어 꺾어 달리던
버스가 로터리에서 잠시 손님을 모았는데,
바로 옆에 있는 사원에서는 출근길에 기도를 올리는 남정네들이 줄을 이었다.
종을 뎅그렁 울리고 신상을 새로 장식한 빨간 주황의 가루를 이마에 콕 찍은 다음
제 갈길로 가는 사람들...
우리도 그렇게 갈 길 찾아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따띠 아저씨가 한 가지 알려주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우체국과 소방서가 있는 큰길에서 타야했던 버스는 "5번 큰 버스"였다.
5번만 보고 작은 버스를 탔는데, 차장 아저씨도 그렇지 어쩜 그렇게 웃는 얼굴로
"응, 이 버스도 암베르로 가."라고 할 수 있었을까?!
5번 버스를 한참 타고 가다가 "저 버스로 갈아타. 암베르로 데려다 줄 거야."라고 해서
갈아탄 버스는 산길을 달렸다.
그리고 아득하게 보이는 요새같은 암베르 성!
나름 외국인이라고 좁긴 하지만 운전석 옆의 '로얄석'을 양보해 준
인도 청년들이 고마워지고 있었다.
창을 통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
입구에 들어서니 우리에겐 오랜 옛 풍경이 되어버린 '비둘기 마당'이 펼쳐졌고,
뒤쪽 산에는 만리장성을 연상케하는 성벽이 줄을 서 있었다.
꽤나 험준한 산기슭을 따라서 요새가 지어져 있었는데,
암베르로 가는 길도 험했다.
사람이 걷는 길과
코끼리가 걷는 길이 따로 있었다.
보라 저 위풍당당하게 널부러진 그들의... 크흠... 냄새나는 흔적들을!
엄마에게 타겠냐고 물었더니 단칼에 "노!"라고 해서 우리는 걸었다.
엄마의 지론이다.
직접 밟아야 한다.
길이 따로 있어서 밟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계단을 따라 주변을 구경하며 올라가니 금방이었다.
커다란 광장이 나타나는데, 거기는 코끼리가 유턴하는 곳이었고, 안쪽에 매표소가 있었다.
무리지어 다니는 다른 관광객들을 따라가니 한 쪽 계단은 사원으로 통하는 곳이어서 패스했고,
경배감이 들만큼 올려다보도록 만든 계단이 본격적으로 암베르 성이었다.
다시금 만난 마당에는 인도의 성이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누각이 있었다.
메인 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곳은 왕이 여러 신하들이나 사신들을 접대한 곳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암베르 성이 아그라나 델리의 성의 모델이 되었다고 할만큼
무굴제국 앞에서도 문화적 독립성을 잃지 않은 힌두스탄의 자존심을 느낄 수 있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엄마는 초큼 부끄러워했지만,
아름다운 성의 입구에서 카메라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은 스님이 브이를 그렸다.
그 문으로 들어서자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졌다.
사람이 하나 들어갔을 뿐인 액자 완성!
보석 하나 박히지 않았는데도 저렇게 아름다운 벽이 있었다.
버스를 내린 곳 옆에 펼쳐져 있던 호수에는 또한 저리도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고,
무굴 황제들이 방문할 때는 진흙을 덮어 가렸다던 아름다운 접견실이다.
사진은 그저 흑백인 듯 하지만,
저 은빛 조각은 모두 거울이다.
실제로 보는 반짝임은 황홀하게 만든다.
거울로 꾸민 접견실 반대쪽 역시 아름다운 회랑이 이어져 있었는데,
반대쪽 회랑으로 '쫓겨난' 사연은...
엄청나게 몰려든 중학생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 아름다운 암베르 보다는 외국인에게 더 흥미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비슷하게 들어간 독일인 단체 관광객들에 섞여서
쪼매난 우리 두 사람은 관람을 이어갔다.
여인들이 살았다는, 일종의 안채를 지나자 기념품을 파는 곳이 나왔는데,
따란~~
손자수 책갈피가 우리글 그대로를 가지고 '인도 암베르'에서
기념품으로 팔리고 있었다.
이건... 뭐라고 생각해야 하나... 하면서도 한글을 만난 반가움에 사진을 찍었다.
물론! 사지는 않았다.
내가 사는 곳에도 저걸 파니까~!
안채는 벽에 그려진 화려한 꽃그림을 제외하면 오히려 성의 평균적인 아름다움을 떨어뜨렸다.
어째서 여인들에게는 그렇게나 한정적이고 닫힌 공간만이 허락되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암베르를 적극 추천하는 이유는
인도의 다른 성에 비해서 많은 공간이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리가 아플만큼 걷고 또 걸어서 미로같은 성을 구석구석 봤다고 결론 지은 끝에야
우리는 성을 나섰다.
어쩌면 안 본 곳이 있을 수도 있을까? 하는 아쉬움도 저 순간 있긴 했지만,
정말로 다리가 아팠으므로
다시 코끼리들의 냄새를 곁에서 맡으며 계단을 내려왔다.
새삼 위의 포토 포인트를 알려준, 가족 여행 중이던 미국인 젊은 아빠에게 감사를 보내며,
<조다 악바르>는 2008년인가 2009년에 개봉되었던 인도 영화인데
영화를 보기 전에는 악바르 황제에 대한 다큐 영화일 거라고 미리 짐작했었다.
결론은 흠...
풍류를 즐기는 인도인들의 입맛에 딱 맞는 '황제'와 '공주'의 사랑이야기다.
정말 아름다운 아이쉬와라 라이가 조다 바이 공주로 등장해서는
황제와의 오해로 시댁 아그라에서 친정 암베르로 돌아와서
황제를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장면이 저 성에서 촬영되었다.
영화 속에서 황제를 그리워하며 멀리 대륙을 바라보던 옥상은 통제되는 곳이라
들어가서 주인공처럼 멀리를 바라보지는 못했지만,
오해를 풀고 아름다운 아내를 데리러 군대를 이끌고 처가를 찾아가던 왕이 행진했던 길은
충분히 구경을 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암베르로 가고 싶다면 시내에서 큰 버스 '5번'을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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