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다녀온 사진을 친구에게 보여줬다.
많이 찍었다 싶은데, 막상 후기를 쓰고 정리를 하려니 모자란 사진도 많지만
굴욕사진이랄까... 웃기는 사진도 많아서 몇 장으로 간추린 파일을 보여줬다.
웃기도 하고 궁금해하기도 하던 친구가 몇몇 사진을 보면서는 이렇게 말했다.
"스님, 솔직하게 말하이소. 저거 다 합성이지예?!"
다녀오고 몇 달... 시간이 지나가면서 어제 오늘 사이에는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그 곳에 다녀오긴 했나?'
다시금 익숙해져버리는 일상 속에서 성지순례 다녀온 일은 마치 꿈결인양 전생인양
아릿해지는 가운데,
친구가 추궁한다.
"안 다녀오고, 사진 합성한 거 아입니꺼?"
ㅋㅋ... 그런 사진이 몇 장 있긴 하다.
타지마할도 그렇고 일출사진도 그렇고... 아예 작정하고 찍은 꾸뜹미나르가 그렇다.
짜잔~
델리에 머물면서, 우리는 지하철을 주로 타고 다녔다.
처음 델리에 도착해서 빠하르간즈로 갈 때와 실크로드 사무실을 찾아갈 때는 어쩔 수 없이 툭툭을 탔다.
배낭은 무겁고 길은 멀고... 그래서 지하철을 찾아 헤맬 정신이 없었던 기억 역시...
전생 일 같기만 하다.
실크로드 사무실을 찾아가서 인도인이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인도인다운 너윈 씨와
편안해도 너~무 편안한 우리말로 대화를 나누고
사무실 근처에 있는 씨티은행 ATM을 만나 올레!를 외치며 루피를 좀 찾은 다음,
지하철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 사흘인가 나흘동안 머문 델리 지하철 투어의 시작이었다.
꾸뜹 미나르는 그 델리 지하철 투어의 최정점이라고 할 것이다.
지하철 역에서 우리가 나오자 툭툭 기사들이 몰려들었는데,
이른 아침시간이라 그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역무원과 역 앞의 경찰에게 툭툭을 이용할 경우 얼마가 드느냐고 미리 다 알아 본 뒨데,
툭툭기사들은 어김없이 10배 이상가는 바가지 요금을 불렀고,
우리는 호기롭게 "걸어갈테다!"를 외쳤다.
실!수!였!다!!!
우리나라 지하철 역에 어떤 장소가 이름으로 들어있으면
그 장소는 역에서 5분 이내 거리에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이름을 쓸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다.
그런데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은 '여긴 인도야.'라는 사실이었나 보다.
우리나라였다면 지하철 역에서 저 큰 탑의 꼭대기라도 보였을텐데,
보이지도 않는 꾸뜹 미나르를 찾아 걸었으니...
10분 정도 걸은 뒤에는 걸어온 게 아까워서도 툭툭을 탈 수 없었다.
어쨌건 아직 그리 덥지 않은 오전이었는데다
결정한 바에 대해서 그리 크게 후회를 않는 쏘 쿨~한 울 엄마 성격에 힘입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참으로 씩씩하게도 걸어서 저 곳엘 도착했었다.
그리고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여행 사진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가 바로 저 사진이다.
우선 엄마를 위의 자세로 세워놓고, 각도는 내가 맞췄다.
그것도 재빠르게!
조금 길게 한 자세를 유지하라고 요구했다면 엄마가 짜증을 낼 지도 모르므로,
<두 남자의 만국유람기> 속 근수 씨처럼 내가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서
위와같은 사진을 세 장 찍었다.
타지마할에서도 찍었다면 좋았겠지만... 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저런 사진 한 장 찍겠다고 시간 뺏는 포토 존의 느아쁜 관광객들의 행태를...
하지만 저 포인트는 그나마 사람들 왕래가 적은 곳인데다
지대가 높아서 저 거대한 기념비를 모두 담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사진을 찍고 두 사람 모두 만족해 할 때, 엄마가 말했다.
"왔으면 구석구석 둘러보고 가야 하는 게 맞아요, 그죠?"
뽀뽀할 곳 찾아 사람 없는 곳만 두리번 거리는 젊은이들을 따라 다니지 않았다면
(절대로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우리가 가는 곳마다 그 분들이 계셨당...)
저 자리를 찾지도, 저 사진을 찍지도 못했을 것이기에 했던 말인데,
생각해보면 참 힘들고 피곤했을텐데도 나를 따라서
또는 엄마를 따라서 구석구석 구경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
오늘의 사진 자랑은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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