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름한 여행기/2012 인도

인도의 전통시장

단이슬 2013. 3. 9. 16:50

기원정사 터가 남아있는 쉬라바스티에서 우리나라 절 천축선원에 묵었다.

당초 계획은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나흘을 잡았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무려 일주일을 이곳에 머물렀다.

어쩌면 부처님께서 가장 많은 안거를 나신 곳이라,

그 제자 된 우리 역시 오랫동안 머물게 된 것이 아닐까-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론은 된장국으로 돌아왔다.

요리를 못하는 엄마와 나로선 영문을 알 수 없는,

공양주 반냐라시 처사님의 맛깔난 된장국과 상추쌈,

대중이 함께 하는 짜이 시간에 나누는 이야기와

다감한 주지스님의 법문!

 

네팔로 넘어가는 다음 일정을 하루 앞서 나설 수도 있었지만,

일주일을 꼭 채운 것에는 결정적인 요인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바로 인도 전통 결혼식!

 

떠나기 전날 매니저 스콜라 처사님네 큰 딸이 결혼식을 한다고 했고,

처사님은 대중 모두를 저녁 식사에 초대를 했다.

순례길에 모여든 10여 명의 대중들은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주지스님 역시 "잔치에는 여럿이 가서 축하를 해 줘야죠."하며 대중을 이끄셨다.

 

잔치는 어두워져야 시작된다고 했는데, 그러다보니 낮 시간이 비었다.

아침을 먹으면서부터 엄마와 나는 길 따라 쭉 가면 나온다는 시장 구경을 하기로 했다.

벌써부터 떨어진 바디 클렌저도 구하고 싶었고,

앞서의 경험으로 보아 바디 클렌저가 있을리 만무하니 비누라도 사 와야 했다.

여기저기서 시장을 보긴 했지만, 본격적인 투어라고 하기 보다는,

필요에 의한, 번개에 콩 볶기보다 빠른 속도로 치고 빠지는 장보기였다.

 

하지만 쉬라바스티에서는 달랐다.

믿음직한 천축선원이 뒷배로 버티고 있으니 천천히 구경하기로 했다.

게다가 우리가 나서는 길에 다른 대중들도 함께 나선 덕에

6명이라는 무리가 함께 움직였다.

 

 

저기 바닥에 보라색은 가지고, 리어카에 빨간 것은 토마토다.

오른쪽 리어카에도 가지다.

난... 가지를 좋아하지만 알러지가 있어서 그림의 떡이다.

인도에서 토마토는 채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 엄마는 토마토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래서 튀기거나 데친 토마토를 먹다가 한 번은 장에서 토마토를 샀었다.

결론은 싱거워서 어렵게 어렵게 먹었다는 것.

 

그리고 저 토마토 장수 아저씨는 우리 구경을 하다가

토마토를 몇 개나 길에 흘렸는데 본인은 몰랐다.

그래서 그 옆을 배회하던 아이들이 터져버린 것을 몰래 주워 가더라는 것...

 

 

정제하지 않은 설탕.

엄청나게 달다.

사탕수수 수확철이어서 대나무 줄기같은 사탕수수를 우물거리며 씹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저것은 그 즙으로 만든, '사탕'이라고 하는데,

무게를 달아서 팔았다.

같이 갔던 스님이 샀는데...

바가지를 썼다.

현지인들에게 다섯 개를 팔 돈을 받고 한 덩어리만 주더라는...

물론 그 사실은 장 구경을 한 바퀴 다 하고서 알았다.

하지만 뭐 여행 막바지에 그정도의 일로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낼 경지는 아니었으므로

패스!

 

 

아주 정중하게 사진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세일즈 보이는 "노 프라블럼"이란다.

몇 마디 영어가 통했던 아주 스마트한 아이는 엄마와 내게 강황을 팔았다.

근처에서 아주아주 기분 나쁘게 바가지를 씌우는 아저씨들에 비하면

무척이나 합리적인 가격이었고,

내 흥정을 받아들여 깎아주기까지 했다.

 

총각! 크게 될 사람이여~

어디서든 기회를 잡아서 공부 하시길!

 

 

소년의 좌판에 있던 여러 곡물인데, 가운데 자루에 든 노란 것이 강황이다.

요즘 카레 선전에 등장하는 그 강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엄마가 저 딱딱하게 마른 생강같이 생긴 녀석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른다는 점이다. -.-;

 

 

인도 여행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땅콩!

 

법정스님이 <인도기행>이라는 책에서 말씀하셨다.

인도의 땅콩은 참 작은데, 참 고소하다고...

 

그 말씀을 쉽게 여겼는데, 이번 여행 내내 기회만 있으면 사 먹은 것이 볶은 땅콩이었다.

좀 심한 녀석은 새끼발가락 발톱보다도 작다!

딱딱한 겉껍질을 깬 공이 아까우리만큼 알이 작은 녀석이 있다.

 

그런데 고소하기로는 알이 실한 우리나라 땅콩의 15배는 족히 될 것이다.

길에서 만나 길에서 헤어진 김 보살님 역시 인도 땅콩을 좋아했다.

분홍색 셔츠를 입은 주인 아저씨와 흥정을 했는데,

옆에서 우리를 구경하던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가격을 불렀던 것 같다.

 

맞다. 인도에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 10억 인구의 98%는 되지 싶다.

 

 

이건 인도인 사미스님인 무유스님이 강력추천했던 메뉴다.

그 날 무유스님은 학교에 가느라 우리와 동행하지 못했는데,

스님에게 우리말을 가르쳐주던 박 처사가 알려줘서 돌아오는 길에 하나씩 맛을 봤다.

 

감자를 으깨서 한 번 기름에 튀긴 것을 쟁여뒀다가

주문을 하면 저렇게 다시 으깨서 익힌다.

뜨거워진 것을 바나나 잎으로 만든 일회용 그릇에 담아서 커리 소스를 얹어 주는데,

우리는 극구 사양해서 소스 없이 맛을 보았고,

만족도는 최고였다.

감자로 만들어서 "알루"는 알겠는데... 그 다음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뭐... 정 필요하면 무유스님에게 연락하면 될테닷! ^^

 

 

또 하나의 군것질이었던 스위트.

 

인도 사람들은 기름이 세상에서 가장 청정한 식품이라고 믿는단다.

그래서 많은 음식을 튀겨 먹는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이라면

한 10년 쯤...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되어 보이는 기름에 튀긴다는 점만 빼면

거의 인도 전역에서 튀긴 간식을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종교적 청정을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단 음식이 많다.

여기서 달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만큼 단 음식이다.

나처럼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조차 몸서리 쳐지게 만드는 그 '달콤함'은

커리 소스 향기만큼이나 강렬하다.

그리고 그렇게 달콤한 간식 대부분은 그저 '스위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알루다, 알루!

붉은 껍질의 감자가 보여서 샀다.

그 동안 먹여 살려 주신 천축선원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을 하고자

만만한 감자를 샀다.

쪄서 먹어도 좋고, 반찬을 만들기도 좋은 감자는

인도 식탁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라고 했다.

 

전자 저울을 구경하기 힘든 인도!

행여 전자 저울이 있다면 좌판 앞에 당당히 내놓고 자랑스레 고개를 흔들겠지만,

대부분의 장똘뱅이들은 저런 수동 저울로 흥정을 했다.

그리고 추를 들어 보이면서 말한다.

"원 케이지(Kg) 모어?" 

 

 

시장으로 나서려는데 총무 보살님이 귀뜸을 해 줬다.

"오늘 우시장이 서는 날이예요."

 

한국에서도 본 적 없는 소시장 구경을 하게 생겼다고 좋아라 했었다.

뭐 별 것 있겠냐 싶었다.

소 많고, 사람 많겠지.

 

 

사진엔 미처 다 담지 못했지만,

정말정말 소도 많고 사람도 많았다.

까맣고 하얀 것은 소고 빨갛게 보이는 것은 사람인 듯 했다.

-인도 사람들이 헤나로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물이 빠지면

빨간 머리가 되는 탓에,

우시장에 모여있는 어르신들의 머리는 죄다 빨개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 속, 올리브 색 셔츠를 입은 저 아이는...

우리가 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끝까~지

"텐 루피 덴나.(10루피만 주세요.)"를 달고 다니던,

어찌나 찰싹 붙어 다니던지, 주머니 걱정과 아이 걱정을 함꼐 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결국 쉬라바스티 시장에서도 바디 클렌저는 구하지 못했고,

비누 하나와 1루피하는 가루비누를 몇 봉지 더 샀었다.

어른 머리통만한 브로컬리를 보며 모두들 놀랐고,

어지러운 자전거 부대는 물론

우시장이 선 날인만큼 더욱 기승을 부린 소X 지뢰 때문에

구경이 반이고 조심이 반이었다.

 

꽤나 많이 장을 보며 다녔던 것 같은데,

이렇게 사진이 남아있는 곳은 여기 뿐인 이유는

여럿이 함께라는 든든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소심한 A형 스님은

여차하면 뺏기거나 도둑을 만날까 봐

길거리에서 카메라를 잘 꺼내 들지 않았다는 소문이

쉬라바스티에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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