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말을 할 줄 아는 스리랑카 아저씨, 네팔 아저씨,
스님 된 사명을 알려주신 천축선원과 세종학원의 스님과 친절로 무장했던 스리랑카 스님은 물론이고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었던 삼세번 총각과
바라나시 아가씨, 람 아저씨와 푼힐의 인연들... 등등!
짧은 기간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평생을 두고 알았던 인연들만큼이나
큰 여운과 그리움을 남길 줄이야!
그 중에서도 참 따뜻한 사람은 쿠시나가르에서 만난 스리랑카 스님이다.
열반지로의 여정은 가는 길부터가 참으로 순탄치 않았다.
꼬박 12시간 걸려서 밤 중에 도착했을 땐, 이곳에서 우리도 죽나보다 싶을 정도로
힘들기만 했었다.
어찌어찌 어둠을 보내고 우리가 짐을 푼 곳은 저팬-스리랑카 템플이었다.
쿠시나가르 지역에서 처음으로 건립한 해외 사찰이었는데,
30여 년의 불사 덕분에 우리는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 곳에서 순례를 할 수 있었다.
쿠시나가르는 우타르 프라데시 주에 속해있지만 시골이다.
UP주가 비하르 주 보다는 잘 사는 지역이라지만,
쿠시나가르와 기원정사가 있는 쉬라바스티는 참말 시골이다.
부처님 열반지가 있어서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고 해도 쿠시나가르는 그저 이렇다.
오죽하면 구글 지도가 저렇게 간단할까!
큰길에서 기역자로 꺾어지는 길이 한 번 있을 뿐, 주변은 온통 사탕수수 밭과 논이다.
그 사이사이에 있는 숙소와 성지를 잘 찾아다녀야 하는데
길이 워낙 간단하다 보니 길 잃을 걱정이 없는 곳이었다.
쿠시나가르 첫 순례지는 람바르 스투파다.
부처님의 다비장에 커다란 스투파를 세웠고, 그 유적이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는데,
걸어가기에는 조금 멀다고도 할 수 있다.
지나치게 한적해서 좀 으스스 할 수도 있는데,
오전 중에 나가보면 걸어서 람바르로 향하는 미얀마나 태국인 순례단을 만날 수 있다.
그들 사이에서 걸으면 희번덕 거리는 눈빛으로 달려드는 "텐루피"아이들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다.
람바르 스투파!
가는 길목 중간중간에 있는 로컬 식당과 학교에서
외국인들을 지나치게 유심히 바라보는 인도인들이 있지만...
어느정도 익숙해지기도 했을 뿐더러 요령도 생겨서 무사히 한적한 저 곳까지 도착했었다.
아침 시간이라 탑 그림자가 긴 곳에서 간단히 기도를 하고,
탑돌이를 하면서 부처님의 마지막 흔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에서 수습된 부처님의 사리는 여덟 국가가 나누어 모셨었다.
그러던 것이 아소카 대왕 때에 이르러서 산치와 같은 탑으로 새로이 조성되었었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동안 우리가 참배했던 순례지들에 대한 복습도 할 수 있었다.
여기는 히란야바티 강가의 붓다 가트.
부처님께서 마지막으로 목욕을 하신 곳이라고 하는데,
사실상 정확한 지점은 없다.
강이 있고, 인도 어디서나 그렇듯 강가에서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
길이 굽어지는 곳에 있는 마타 쿠아르 사원이다.
엄마 뒤로 보이는 법당(?) 안에 불상이 1기 모셔져 있는데,
작품이다!
태국 불자들의 정성인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지,
이 사원 안에 모셔진 불상은 비교적 반듯한 금빛이다.
다른 성지의 너덜거리는(!) 금빛에 비하면 말이다.
손바닥을 내미는 관리인이 있지만, 다행히 우리가 갔을 땐 통화중이었고,
달랑 둘이서만 간 순례자들이 문을 열어달라고 뒷돈을 쥐어줄 것 처럼 보이지도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그래서 문은 잠겨있었지만 창문과 문틈으로 그 불상을 자세히 친견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 사정이 더 좋았던 듯!
이곳은 부처님이 열반에 들기 전,
제자들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남긴 곳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게으르지 말아라!"
부처님이 열반에 들려 하시자 스승을 잃을 걱정에 슬퍼하던 제자들이
"앞으로 우리는 누구를 의지합니까?"하고 부처님께 물었다.
부처님은 대답하셨다.
"너희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아라."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으로 유명한 부처님의 유훈은
우리 역시 '부처'라는 참된 성품을 이미 갖추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신 법문이다.
하지만 난, 수행함에 있어서 게으르지 말라는 진짜 마지막,
그 간곡한 부탁이 더더욱 가슴에 남는다.
그 간곡한 부탁을 실천하고 계시는 한 분!
사진 속에 빨간 모자를 쓰고 계시는 분은 쿠시나가르
저팬-스리랑카 템플의 주지 스님이다.
80년대부터 고향을 떠나와 부처님 성지에서 실천으로 살고 계시는 분이다.
부처님의 성지임을 알리는 큰길가의 대문도
그 길로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큰길의 불상도
이 사찰에서 이 스님의 주도로 조성했고, 조성 중에 있었다.
주지스님은 '인도' 일꾼의 느린 손을 믿지 못해서
공양만 하고 나면 일터로 나가서 직접 챙겨서 줄을 세우고 간격을 맞추곤하셨다.
또한 지역 내의 성역을 발굴하고 단정하게 가꾸는 일에 열심이셨다.
'가사'를 늘 수하고 사시는-우리와는 다른 문화 속의 스님은
부처님의 마지막 목욕지와 마지막 공양지를 되찾고
스쳐 지나가는 순례자들이 그저 그렇게 스치지만 않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스님이 직접 우리를 태우고 마지막 공양지의 보리수 나무 아래로 가 주셨을 때,
참으로 복잡미묘~한 억울함 때문에 눈물났던 열반당에서의 기분과는 다른
환희까지 느껴졌다.
행동으로 보여주신 '가르침'과 '실천'이 주는 감동은
열반지라는 이름이 가진 슬픔을 완전히 다른 느낌의 기억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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