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름한 여행기/2012 인도

룸비니는 하이데라바드에!

단이슬 2013. 5. 5. 17:26

 

스리랑카에서 인도로 가는 가장 싼 항공기편은 첸나이로 향하는 스파이시 젯이었고,

우리의 인도 순례 첫 목적지는 엄밀히 말하면 엘로라 아잔타 석굴사원이었다.

첸나이는 동쪽, 엘로라 아잔타는 서쪽.

정말 뜻하지 않은 대륙 횡단의 기회에서,

하이데라바드는 쉬어가는 도시였다.

그나마 첸나이에서 엘로라 아잔타의 거점도시인 아우랑가바드로 바로 가는 열차편이 없어서였다.

 

우리는 세쿤데라바드 역에서 내렸다.

세쿤데라바드는 하이데라바드 안에 있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역이라고 했는데

부산으로 치면 부산진역, 서울이면 청량리 오송역 같은 곳이었던 모양이다. 

어쨌건 저녁에 탈 아우랑가바드 행 열차가 세쿤데라바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종점까지 가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 비싼 따깔 표를 사면서 세쿤데라바드를 적어서 낼 것을!

 

처음엔 첸나이에서 호되게 당하기만 했던 기억이 아파서

기차역에서 나가지 말자고 했었다.

하지만 우리 엄마의 모험심이 어디 그정도의 것이었던가 말이다!

 

기차역에 배낭을 맡기고-이날 처음으로 클락룸을 이용했는데,

좋았다. 여기였던가 콜카타였던가... 웹캠으로 즉석에서 사진까지 찍어서

주인을 대조해보더라는 충격적인 인도의 IT 현장을 보았달까.. ^^

역 바로 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룸비니 공원으로 갔다.

 

 

 

하이데라바드에도 유명한 고성(古城)도 있고 왁자하다는 시장도 있다는데

성으로 가기에는 길이 멀었고, 시장 구경을 하기엔 우린 인도 초짜였다.

그래서 이른 시간부터 공원으로 향했다.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가 사실은 남인도 하이데라바드에 있었다는 농담을 해 가면서 말이다.

입장료는 단 10루피! 

하긴, 역에서 공원까지 버스비도 8루피씩 밖에는 안 줬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부터 보일만큼 커다란 불상이다.

콘크리트... 어쩌면 시멘트로 조성했을 불상인데

참으로 생뚱맞게 커다란 호수 한 가운데 인공섬에 우뚝하니 서 계셨다!

 

이 섬으로 들어가려면 룸비니 공원에서 배를 타야 한다.

배 삯은 45루피였나 보다.

배를 타고 저 인공섬으로 가면 사진 찍을 시간을 30분 정도 준다.

생각보다 30분은 정말 짧았는데,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고나면 돌아가자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끝없는 수다를 떨다가 만난 한 나절 일행이다.

집 떠나 보름 넘어 처음 만난 한국인이 그 아니 반가우랴!

엄마는 새삼 한국의 용감무쌍한 젊은이들을 보고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두 분, 여행은 잘 마치셨는지... 혹은 아직 여행 중이신지...?

 

 

우리가 내내 앉아서 수다를 떨던 벤치 맞은편의 작은 동산이다.

야자수도 있고, 잔디도 깔려 있고

공원에는 아이들이 타고 놀 간단한(우리 눈에는 초간단인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의 행렬은 끝이 없었고, 아이들은... 자지러졌다.)

놀이시설도 있었다.

위의 두 분과 함께 빵이랑 콜라를 사 먹으며 짧게 이야기를 나눴고,

두 분이 기차 시간에 맞춰 인사를 건넨 후에도 우리는 그늘의 좋은 자리를 고수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이지... 이야기는 끝이 없었으니...

 

 

 

중간중간 공원 곳곳에서 사진도 찍긴 했는데,

엄마가 앉은 저 까만 벤치는 저 즈음 무지하게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의 햇살이 어디 그냥 태양열이어야지 말이다.

더군다나 까만 대리석 벤치니...

화단도 예쁘고 오전내내 아줌마들이 비질을 한 바닥도 깨끗하고 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엄마는 "하나 둘 셋!"하고 셔터를 누르자마자

용수철처럼 뛰어 올랐다.

"앗 뜨거!"하면서 말이다.

 

그저 한 나절,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 머물렀던 하이데라바드지만

인도 기준으로는 별 다섯 개를 줄 수 있을만큼 깨끗하고 정돈된 공원 구경도 했고,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 우리말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정다운 추억이 깃든 곳이다.

부처님 재세시에도 입멸 후에도 하이데라바드는 경전에 등장하지 않는 곳이지만

어떤 인연인지 저렇게 불상도 모시고 있는 곳이라,

색다른 곳이었다.

 

이렇게 깨끗한 곳이 또 있었나 싶을 만큼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열심히 비질을 하던 곳.

 

역시 이름값을 한다.

 

룸비니 동산은 네팔이든 인도든 언제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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