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름한 여행기/2012 인도

그랬다. 기원정사 천축선원

단이슬 2014. 2. 16. 22:15

한국 사찰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몇 가지 구분법이 있다.

"사"와 "암"이 대표적인 것인데,

통도사 보타암이라고 하면 통도사라는 큰 사찰에 속해있는

보타암이라는 이름의 작은 암자가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암자라고 해도 대규모인 몇몇의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개가 그렇다.

산자락을 울타리 삼아서 형님네와 아우네가 가까이에 살갑게 사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3년 전, 졸업기념 인도 성지순례를 하면서 천축선원에 들렀을 때는 미처 이런 상관관계를 생각지 못했다.

천축선원은 그냥 쉬라바스티에 있는 천축선원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나흘 정도 머물 생각이었는데, 주지스님 말씀처럼 일주일을 꼬박 머물면서

'아차'하며 알았다.

 

이곳은 기원정사 천축선원이구나!

 

'선원'이라고 하면 사찰 가운데서도 대규모 총림을 구성하는 3요소 가운데 하나다.

참선하는 스님들이 모이는 '선원'

부처님의 경전을 강론하는 '강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계율을 연구하는 '율원'

 

그저 천축국에 세운 한국 사찰 천축선원으로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기원정사'라고 하는 총림에 암자처럼 자리한 선방이 곧 천축선원이었다.

 

천년 전, 걷고 또 걸어서 신라에서 중국을 지나 천축국에 왔던 혜초스님이 그랬다.

서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보면서 고향 땅 계림을 그리워했다고.

 

오래 전의 역사는 모두 허물어지고 기단만 남아있다고 하지만,

부처님 법음의 흔적이 오롯한 본사 곁에 정갈한 도량을 훌륭히 가꾸고

길손을 맞아 따뜻한 공양을 나누어주는 곳에서 별 구경을 했다.

 

그렇게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그 옛날 혜초스님의 시를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순례 중 처음으로 집을 그리워했다.

어쩌면 여기가 곧 내 집인 듯한 익숙함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또한 어쩌면 그래서였나 보다.

시간 앞에 옛 도량은 허물어졌다고 하지만

남아있는 암자, 천축선원에서 오롯이 이어지고 있는 법다운 도량 곳곳에 묻어있는

익숙함 때문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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