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름한 여행기/2012 인도

숙소 정보-괄리오르

단이슬 2014. 2. 1. 21:20

괄리오르는 100배 즐기기가 아니었다면 이름도 몰랐을 것이다.

 

산치에서 기차표를 살 때, 예전에 졸업여행 때 했던 대로 보팔에서 곧장 아그라로 가길 원했다.

하지만 우리가 간신히 끊은 표는 보팔에서 괄리오르까지였다.

아그라까지 가는 표는 며칠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을 거라는 비보를 들었고,

그래서 중간 기착지로 괄리오르를 선택했다.

 

하룻밤, 기차에서 내려 다음날 아침까지만 버티면 되는데,

내가 찍은 숙소가 호텔 DM이었다.

 

기차역에서 가깝고, 적절한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아그라로 출발하는 아침, 배낭을 맨 엄마 사진을 찍고 싶었다.

흠, 새롭군!

 

역에서 가깝긴 했다.

캄캄한 밤에 도착해서 참 난감했는데, 몰려든 여러 릭샤 왈라들 스스로가 자유 경쟁을 벌이며

호텔 DM까지 가격은 마구마구 떨어지고 있었다.

이럴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잘 쓴다.

 

1단계, 주변을 빠르게 스캔!

2단계, 경찰 또는 경찰서를 찾는다.

기차역에는 꼭 경찰서가 있게 마련이고,

경찰서 표시는 옆으로 긴 사각형 간판에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그어진 사선을 경계로

왼쪽은 빨강, 오른쪽은 파랑으로 칠이 되어 있다. 얼핏 보면 태극 색깔과 같아서 낯익음 마저 느꼈었는데,

표면적으로나마(!) 경찰들은 외국인에게 친절하다.

적어도 우리가 만난 경찰들은 그랬다.

3단계, 경찰에게 묻는다.

 

"우리는 00까지 가려고 해요. 적절한 툭툭 가격은 얼마인가요?"

"우리는 00까지만 가려고 하는데, 저 툭툭 기사가 00를 불러요. 그만큼 줘야 하나요?"

 

이 정도 되면 상황은 종료된다.

공권력에 호소하는 외국인 앞에서 끝끝내 바가지를 씌울 수는 없는 일.

더러 왕 친절한 경찰은 직접 나서서 흥정을 해 주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개가 적당한 가격을 알려준다.

 

그런데 괄리오르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경찰을 만났다.

우리는 처음, 경찰을 보고 "호텔 DM에 가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하나요?"라고 물었는데,

이 아저씨 엉뚱한 대답을 한다.

 

"잠깐만 기다려 봐요."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더니 초절정 미녀 경찰'님'과 함께 나왔다.

그가 하는 말

"이 친구가 지금 퇴근할 건데, 이 친구 집이 그 근처예요. 같이 가시면 됩니다."

 

닷녜밧, 닷녜밧, 보~훗 단녜밧!

 

그리고 그 초절정 미녀 경찰'님'의 미소 및 본의 아닌 경호 아래 15분 정도

어둡기 그지 없으나 안전하기 그지 없었던 인도의 한 도시를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텔 DM의 방 값은 에어컨 없는 2인실이 600루피였다.

인디언 스타일 변기와 무척 열악한 욕실 환경 및 많이 눅눅한 침대 시트와 청결 상태 때문에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

그저 그곳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고마운 인연 때문에 그나마 '인상'이 좋다고 할까.

 

보통의 대학생 배낭여행자라면 꽤 괜찮은 조건과 환경의 숙소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좋은 숙소에 들이는 돈은 투자라는 것을 경험한 여성 여행자였던지라,

엄마는 잠들기 전에 이미 배낭을 다 싸놓고,

눈 뜨자마자 나를 깨워서 기도를 하고 가방을 맸다.

 

그렇게 저 푸른 새벽에 길을 나서서 첫 차를 타고 아그라로 향했으니...

괄리오르에서 아그라까지 버스는 한 사람에 100루피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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