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출발했던 기준으로 1년이란 시간에 다다라가는 요즘
후회 내지 반성하는 점이 있다면 더 많은 사진을 찍어 오지 않았다는 걸 들 수 있다.
하지만... 난 소심한 A형.
반들거리는 인도사람들의 호기심 넘치는 눈동자 앞에서
이런 저런 물건들을 꺼내서 들고 다니기도 싫었고,
워낙 덤벙거리기까지 해대고 보니 손에 잡다한 것을 들고 다니다 흘리고 오기도 싫었다.
-라고 갸륵한 핑계를 대 본다.
그러다 떠오른 한 가지는, 인도에서 안전하게 다니기!
그 중에서도 열차역 활용하기!
인도의 기차역은 실로 놀라운 곳이다.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드러누워 자고 있는,
실로 평민인지 걸인인지 분간할 수 없는 사람들은 둘째치더라도
삶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터미널'이였던가? 제대로 보지 못한 영화긴 한데, 톰 행크스가 나왔던...
잘만 활용하면 인도의 열차역 역시 영화 속 럭셔리한 공항 못지 않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단연 "여성 전용" 대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는 아우랑가바드를 기점으로 엘로라 아잔타 석굴 사원 참배를 마치고
기차를 타기 위해 하룻밤을 묵었던 괄리오르라는 도시의 기차역,
그 중에서도 여성전용 대기실이다.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게 했던 저 소품들은 군법사 스님이 지원해 주셨던 군용 건빵... ㅋ!
그리고 찬물이라고 하더라도 물만 부으면 밥이 되는 놀라운 우리네 비상식량, 무려 김치 비빔밥!
배낭에서 큰 부피를 차지했지만 4개월 내내 나보다도 효자 노릇을 했던 전기 주전자!
웬만한 한 끼 식사가 가능한 식당은 물론 훌륭한 매점을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차역의 곳곳에서 공짜로 전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
묵었던 호텔에서 12시를 딱 맞춰 나섰는데, 그러고도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기차를 기다리려면 어중간한 대합실보다는 어디든 들어가 있는 것이 좋다는 걸
체험으로 배운 지라 우리는 일찌감치 여성전용 웨이팅 룸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이 역에는 통근열차 같은 것이 자주 서는 모양이었다.
학생들로 보이는 한 무리의 아가씨들이 한 시간 간격으로 이 방에 들어와서는
전화기도 충전 해 가고 도시락을 까먹고 가기도 했다.
워낙 그런 분위기라서 우리도 저 비빔밥으로 주린 배를 채웠었다.
여기는 보팔 역, 여성 전용 대기실.
산치 대탑 참배를 위해 들러야만 하는 도시 보팔에 도착했을 때는 캄캄한 새벽이었다.
무서웠지만 우리에겐 여성전용 대기실이있었으므로 용기를 내서 저길 들어갔었고,
사진을 찍은 날은 산치에서 다시 보팔로 나온 날이었다.
저기서 아그라로 가기 위해 '내 집'처럼 익숙해진 공간에서 긴장을 풀고 사진을 찍었더랬다.
사건은 보팔에 도착했던 새벽에 일어났었다.
우린 당연히 여성이므로 저 방에 들어가서 의자를 얼기설기 모았다.
침낭을 꺼내고 되도록 편한 자세로 눈을 붙여 보려고 했는데,
헐~
약에 취한 것이 분명한 젊은 사내 하나가 이 방으로 들어 온 거다.
완전히 푹 잠들어 있던 몇몇 아주머니를 제외한 현지 여인들도 그 사람을 봤다.
화장실 앞을 지키고 앉아서 꼬박꼬박 돈을 받던 매니저도 그를 봤지만 적극적인 제지는 하지 않았다.
무 서 웠 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눈 풀린 사내는 경찰에 의해 끌려 나갔다.
아내와 아이를 이 방에 두고 밖에서 서성이고 있던 젊은 아저씨가
경찰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여성 전용 대기실에 대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믿고 이용할 수 있었다.
전용 대기실 안에는 역시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도 있으므로,
괜히 신경이 곤두서는 대합실이나 '탁 트인'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콜카타의 저 유명한 하우라 역.
저기서 3AC 칸을 타고 하룻밤을 꼬박 지내 바라나시로 갔었다.
배낭 메고 인도 여행을 하는 여행자라면, 특히 여성 여행자라면
정말이지 가능하다면 꼭 3AC칸 이상을 이용하길 권한다.
SL 위로는 가야 한다.
AC 칸은 적어도 '관리' 받는다는 느낌은 있다.
차장이 정기적으로 살피면서 다니기 때문에 매우 불쾌한 상황에 처할 확률이 낮아진다.
그런데 그 관리 역시 3AC와 2AC의 급이 다르다.
그만큼 인도인들에게는 체감 요금이 판이하다는 말이되고,
그만큼 각각의 칸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매너가 다르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설국열차가... 떠올라서 씁쓸하긴 하지만
안전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내가 생각한 현실은
돈은 시간과 고생에 정확하게 비례한다는 사실이니 말이다.
인도에서 몇 번이나 열차를 이용함에 있어서 우리는 2AC부터 시작해서
점점 그 급이 낮아졌더랬다.
마지막엔 더 이상 로컬이라 할 것이 없다 싶은 3등 의자 칸에도 타 봤으니
누군가 이 글을 인도여행에 참고로 삼는다면,
간절하게 부탁하려고 한다.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든든한 동반자와 무리지어 다니는 경우가 아니라면
AC칸을 이용하라고 말이다.
그 이유는 또한 역에서 2nd와 1st 승객들을 위해 쾌적한 환경으로 관리하고 있는
대기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좁아터진 여성전용 대기실에 남자들이 들어와 있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럴 때 믿을 수 있는 것은 당당하게 내 기차표를 갖고
2nd 대기실로 가는 거다.
그러면 기차에 타기도 전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지꼴을 하고 다니는 외국인 여행자지만
이 열차표 한 장으로 인해서 크샤트리아 대접은 받겠구나... 하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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