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감상문/한 발 느린 독서감상문

사악한 늑대-넬레 노이하우스

단이슬 2019. 11. 5. 20:46

타우누스 시리즈 중 하나다. 책이 두꺼워도, 개인적으로 한 권짜리 소설을 좋아하는데, 아직은 출판사가 한 권으로 만들어주는 시절의 넬레 노이하우스 책이다. 시리즈 최근작은 딱 그런 두께의 두 권으로 나뉜 걸 보니, 그러하다, 세상은.

상당히, 매우, 아주, 진짜, 참으로

끔찍한 사건을 그래도 읽으며 충분히 흡수 가능한 수준으로 표현해 준 작가님께 감사했다고 말하고 싶다. 세상은 소설보다 훨씬 끔찍하므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같은 사건을 표현할 남성 작가들의 표현은 어떠했더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현실에서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는데도 굳이 범죄소설을 읽는 것은, 어쩌면 현실에서 통쾌하게 볼 수 없는 사전적 정의를 찾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넬레 노이하우스는 험하고 끔찍한 사건 끝에, 그래도 얼마간 그 마음을 충족시켜 준다. 그래서 꾸역꾸역 시리즈를 읽어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구성이 참 독특하다. 그 유명한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이고 하나의 사건이지만, 과거와 현재를 유연하게 오가고, 억울한 자와 숨기는 자와 모르는 자와 알고싶은 자, 쫓는 자의 시점이 혼란스럽지 않게 섞여있다. 인물들이 걷어올리는 실마리가 타래로 모이는 순간순간마다 책 앞장을 뒤적이며 놓쳤던 떡밥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슬펐던 점은, 1. 소설이 소설이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과, 2. 동국대학교 학생들이 도서관 책을 대함에 있어 아주 많은 존경과 예의가 있어야겠구나 하는 것이다.

얼굴도 목소리도, 솔직히, 가물거리지도 않을만큼 먼 이름이 된 나의 아버지.

울 아버지가 나에게 가르쳐주셨던 몇 가지 귀한 가르침 중 하나는, "책은 우리보다 뛰어난 스승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고귀한 선물이다" 란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책을 귀하게 여기고 아껴, 다음 누군가에게 고이 물려줘야 한다는 것.

거의 3등분으로 갈라지고 구겨진 도서관 소설책의 표면적 상태를 보면서, 소설이 전공서적보다 인기 있구나 하기도 전에, 책 자체를 대면하는 요즘 대학생들의 마음을 엿본 것 같아서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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