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세요? 저 사진 속 할아버지.
할아버지 발 부분을 좀 봐 주세요.
저 울타리 안쪽 화단에 핀 꽃 사진을 찍겠다고
울타리 아래 활짝 피었던 꽃을 저렇게나 짓이겨놓네요.
한 사람이 아니예요. (우연히 파란색 점퍼를 입은 분들만 찍혔지만...)
꽃잔디가 한창인 옹벽 위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남자분들 군대 계실 때 좌로 굴러 우로 굴러를 저렇게나 열심히 하셨을까요?
제일 잔인한 일은요,
본인 사진 찍었다고 꽃을 꺾어놓고 가는 거예요!
흰금낭화 보란듯이 꺾어놓고 간 거 보이시죠?
큰 줄기를 잃어버리고 혼자 남은 꽃송이 보이시죠?
작년에는 글쎄 꽃을 꺾는 현장을 딱 잡았는데도
자기가 그런 것 아니라고 잡아 떼는데...
그 때부터는 꽃 밟는 분, 꺾는 분 되도록이면 우리로서도 사진 먼저 찍어야지 마음 먹고 있어요!
봄이면 보타암 마당에선 스님들과 출사객(솔직히 이렇게 멋지게 불러 드리기도 싫네요.)들의 실랑이가
벌어지곤 합니다.
우리도 싫은 소리 하기 싫어요. 예쁜 꽃 보고 "예쁘다!"라고 하는 소리, 그 마음이고 싶어요.
그런데 허락없이 스님들 사진을 찍어가질 않나,
(저도 본의 아니게 위의 두 분 사진을 블로그에 올립니다만,
사진 찍으러 오는 분들,
절 안에서, 절 밖에서 스님들 사진 허락없이 많이 찍어 가셨잖아요! ㅠㅠ)
그냥 제 시간에 피어나 제 계절을 누리는 아이들을
눈에만 담아갈 순 없는지...
해마다 기본적인 예의도 잊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속이 상해요.
부탁이니까, 사진 찍으러 오는 분들은
1. 조용히 해 주세요. 절집은 부처님께 기도드리는 공간이며, 스님들의 수행공간이예요.
2. 들어가지 말라는 곳은 제발! 들어가지 마세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일이예요.
3. 꽃이나 풀을 함부로 밟거나 꺾지 말아주세요. 이 꽃이 예쁘면 저 꽃도 예쁘구요
지금은 그냥 파란 풀일지 몰라도 다음 계절엔 꽃을 피울 친구들이예요.
특히 꽃 꺾는 분들!
햇살 따사로운 봄날에 깨끗하고 이쁜 옷입고 나들이 나왔는데
누군가 허락도 동의도 없이
늬들 모가지를, 늬들 팔다리를
확 꺾어버리면
기분 참 좋겠다,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