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 사람들

아 속상해

단이슬 2017. 5. 2. 14:53

 

보이세요? 저 사진 속 할아버지.

할아버지 발 부분을 좀 봐 주세요.




저 울타리 안쪽 화단에 핀 꽃 사진을 찍겠다고

울타리 아래 활짝 피었던 꽃을 저렇게나 짓이겨놓네요.


 


한 사람이 아니예요. (우연히 파란색 점퍼를 입은 분들만 찍혔지만...)

꽃잔디가 한창인 옹벽 위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남자분들 군대 계실 때 좌로 굴러 우로 굴러를 저렇게나 열심히 하셨을까요?

 

 

 

제일 잔인한 일은요,

본인 사진 찍었다고 꽃을 꺾어놓고 가는 거예요!

흰금낭화 보란듯이 꺾어놓고 간 거 보이시죠?

큰 줄기를 잃어버리고 혼자 남은 꽃송이 보이시죠? 

작년에는 글쎄 꽃을 꺾는 현장을 딱 잡았는데도

자기가 그런 것 아니라고 잡아 떼는데...

그 때부터는 꽃 밟는 분, 꺾는 분 되도록이면 우리로서도 사진 먼저 찍어야지 마음 먹고 있어요!


봄이면 보타암 마당에선 스님들과 출사객(솔직히 이렇게 멋지게 불러 드리기도 싫네요.)들의 실랑이가

벌어지곤 합니다.

우리도 싫은 소리 하기 싫어요. 예쁜 꽃 보고 "예쁘다!"라고 하는 소리, 그 마음이고 싶어요.

그런데 허락없이 스님들 사진을 찍어가질 않나,

(저도 본의 아니게 위의 두 분 사진을 블로그에 올립니다만,

사진 찍으러 오는 분들,

절 안에서, 절 밖에서 스님들 사진 허락없이 많이 찍어 가셨잖아요! ㅠㅠ)


그냥 제 시간에 피어나 제 계절을 누리는 아이들을

눈에만 담아갈 순 없는지...

해마다 기본적인 예의도 잊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속이 상해요.


부탁이니까, 사진 찍으러 오는 분들은

1. 조용히 해 주세요. 절집은 부처님께 기도드리는 공간이며, 스님들의 수행공간이예요.

2. 들어가지 말라는 곳은 제발! 들어가지 마세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일이예요.

3. 꽃이나 풀을 함부로 밟거나 꺾지 말아주세요. 이 꽃이 예쁘면 저 꽃도 예쁘구요

지금은 그냥 파란 풀일지 몰라도 다음 계절엔 꽃을 피울 친구들이예요.

특히 꽃 꺾는 분들!

햇살 따사로운 봄날에 깨끗하고 이쁜 옷입고 나들이 나왔는데

누군가 허락도 동의도 없이

늬들 모가지를, 늬들 팔다리를 

확 꺾어버리면

기분 참 좋겠다, 그죠?!

'세상 밖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타암, 오지 마세요.  (0) 2020.04.17
모녀의 대화  (0) 2017.05.02
나이스 고무신  (0) 2013.03.16
새벽을 여는 소리  (0) 2013.02.19
그들만의 세상  (0) 201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