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름한 여행기/2012 스리랑카

누와라 엘리야-골목 탐험

단이슬 2013. 10. 25. 20:09



캔디에서 버스를 타고 누와라 엘리야까지 갔다. 

버스 스탠드에는 여느 곳에서 그렇듯 톡톡이 줄을 서 있다. 그 중에 인상 좋아 보이는 아저씨와 가격 협상을 한 다음

숙소를 정한다. 걱정할 것은 없다. 누와라 엘리야에는 번듯하게 생긴 건물으니 80%가 숙소다.


우리가 묵었던 썬힐! 무료 와이파이를 자랑하고 있는데, 속도가 느리다곤 하지만 스리랑카 숙소마다 제공하는 와이파이는 꽤 쓸만하다!



탐험을 나섰던 날, 은행 앞에서!

토요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돈을 좀 찾으려고 했는데, 가는 은행마다 굳게 굳게 문을 닫은 채 어여쁜 건물만 자랑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와서 작은 유럽이라고 하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누와라 엘리야는 골목마다 다니면서 푸른 언덕과 하이얀 혹은 어여쁜 집 구경만 해도 이틀 정도는 금방이다. 

특히... 경찰서는 정말 정말 예쁘다!



우체국 앞에서!

아누라다푸라에서 인증샷에 실패한 이후 굳이 우체통 인증샷을 도전하지는 않았는데,

누와라 엘리야에서는 아니 찍을 수 없는 풍경과 건물 외양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찍었다. 

그 예쁜 경찰서는 그러나...

마당에서 조회를 하고 있는 경찰관들 눈치가 살짝 보여서 대놓고 사진은 못 찍었다. 

아아... 나는야 소심 소문자를 쓰는 A형이어라!



저 마크가 스리랑카 우체국 마크다. 그러고 보니, 사진 테두리라고 정해 놓은 꽃 색깔이 꼭 스리랑카 우체국 벽 색깔가 괕다. 

여기는 도시 자체가 관광지여서 그런지 우체국에 공중전화도 있었다. 

공중전화 박스의 붉은 색이 우체국 상징 색깔인데, 우리나라 우체통도 빨간색이지만 우체국은 빨간색이 아니지 않던가!

하지만 스리랑카는... 우체국이 빨간색이다. 

우표를 사면? 이구아나같이 큰 도마뱀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 우표 두 배 크기로. 



그랜드 호텔 가는 길!

비록 우리가 묵진 않았지만 구경은 할 수 있지 않으랴 하면서 빅토리아 파크 구경을 마치고 그랜드 호텔 탐방에 나섰다. 

가는 골목에 있는 소규모 호텔도 경쟁에 지지 않으려는 듯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스님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일명 "천상의 나팔"이라는 나팔꽃.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 꽃이 커다란 화분에 심어져서 150cm정도의 키로 자란다면 스리랑카는 따뜻한 나라인 만큼 '나무'다.

그리고 스님들이 열광하는 우리나라의 꽃은 노란색 일색인데, 이곳의 나팔은 분홍색이다. 

그라데이션 분홍색! 노스님께 보여드리려고 찍어온 사진인데, 정작 노스님께는 못 보여 드렸다. -.-





마치 투숙객인양! 그랜드 호텔 정원 곳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워낙 배경이 멋져서 모델도 덩달아 업그레이드 되어 보인다! ㅋㅋ

역시나 소심해서 건물 내부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는데, 정원은 이렇게 개방되어 있다. 

건물을 둘러싸고 한 바퀴 돌아보면 꽃나무도 예쁘게 가꿔져 있고, 우리나라에선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잔디밭에 예쁜 티 테이블도 있다.

우리는 보온병에 타 간 커피를 한 모금!

요즘 중기 군이 러블리하게 선전하는 그 맥심 커피 한 모금! ㅋㅋ

 

하지만 왜 그런지 실론티 향기가 날리우는 느낌이 들어서 분위기를 많이 즐겨줬다.



그냥 숙소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우리 숙소인 썬힐 호텔 골목을 무작정 올라갔다. 

우리 호텔은 비교적 언덕 입구에 있었는데, 올라갈 수록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남의 집, 여기는 진짜 가정집이었는데, 남의집 울타리 앞에서, 우편함 아래서도 기념 사진!



잘 포장된 길이 끝나자 우리나라로 치면 판자촌이라 할 만한 작은 마을도 나타났다. 

학교를 갔다 돌아오는 교복입은 소녀나 커다란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가 이 길로 하염없이 올라갔다. 

우리는 오후를 맞이하여 낮게 깔리기 시작하는 흰 구름과 새파란 하늘을 조금 더 즐겨 줬다. 



우리가 갔을 때가 딱 요맘때, 10월 중순이었는데, 여전히 우기라고 했다. 오전에는 하염없이 맑다가 오후 2~3시가 되면 

어김없이 비가 왔다. 한 시간 정도 폭우를 퍼붓다 보면 천둥 번개도 찾아왔다. 진짜 무섭게, 지평선으로 낙뢰가 떨어지는 것도 여러번 보면서

코이카 단원들의 사고를 떠오르게 했다. 

정말이지 아깝고 아까운 아름다운 청년들의 명복을...



마을 사람들은 톡톡보다는 오토바이를 많이 이용했다. 

포장된 길이 완전히 끝난 지점, 마을로 더 들어가 봐야 그들의 평화에 자갈을 던지는 꼴 밖에 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길도 험해져서 돌아섰다. 


처음에는 버스 스탠드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옆 마을로 탐험을 갈 계획이었는데, 

어느 버스를 타야 하는지 조차 확실하지 않아서 마을 탐험을 했다. 

'탐험' 좋아하는 우리 엄마가 무진장 즐거워했던 시간이었다. 



배낭여행자에게 우산은 유용한 품목이다!

스인네 삼국은 워낙 우기와 건기의 구분이 확실해서 필요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는 접는 우산을 들고 다니면서 유용하게 썼다.

스리랑카에서는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비를 오후마다 만났을 때, 

그리고 이렇게 햇볕 아래서는 양산으로도 좋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기로는 알록달록한 예쁜 우산을 들고가라고 하고 싶다. 

우리 모친을 보시라! 딱 양산 아닌가 말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다. 상상력과 기술력 모두를 갖춘, 대~단한 나라다. 



다시 한 번 천상의 나팔!

우리나라에선 꽤나 귀한 몸이신데, 스리랑카에서는 그저 마당에 있는 꽃나무였다. 

돌아와서 보니, 우리 절에 있던 천상의 나팔은 작년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기지 못해 죽어 있던데...쩝.


다시 은행... 영어와 함께 저 동글동글한 글자로 적혀있는 간판을 굳이 찍어왔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꼭 저 글자같다. 동글동글! 인도 사람들처럼 호기심은 많지만 인도 사람들처럼 조금은 무례하게

외국인에게 다가서지 않는다. 오히려 영어도 훨씬 세련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다. 


저 은행 길 건너에는 시장 블록이 있다. 

이 시장 구경도 참으로 재미있었는데, 정식 가게가 있는 사람들은 일찍부터 가게와 가게 앞 복도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였고,

보따리 상인들은 시장 건물 옆의 길가에 좌판을 펼치고 장사를 했다. 

아, 그렇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부지런도 하다!

아이들은 어김없이 7~8시에 등교를 하는 모습을 보였고, 

우리가 좀 서둘러 6~7시 부터 밖에 나가 다녀 봐도 뭔가를 시작하고 있는, 꼭 우리나라 출근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낯설지 않았다.


누와라 엘리야는 시내 구경을 하다 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큰 시장이 구성되어 있는 저 은행과 경찰서 앞 골목으로 다니다 보면

술집도 있고 사진관도 있고 미용실도 있다. 

히잉~ 곱씹다 보니까... 또 가고싶다... 이 가을... 스리랑카는 따뜻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