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와라 엘리야는 스리랑카 명소 중의 한 곳이다.
동쪽 해안과 남쪽의 녹차밭이 드넓은 산지, 또한 남쪽 해안이 유명한 관광 명소이자 휴양지인데,
명색이 스리랑카에 가서 녹차밭이 있는 산지에 가 보지 않는다는 것은
스리랑카의 초록에 대한 배신이다 싶어서, 유명한 누와라 엘리야로 향했다.
폴론나루와에서 캔디로, 캔디에서 버스를 타고 누와라 엘리야로 갔는데,
멀미를 달아놓고 하는 나로서는 그 꼬불꼬불한 멀미 고개를
평생, 잊을 수 없지 싶다.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오후로 시간이 흐를 수록 하늘은 검어졌고,
도착했을 땐 비가 한창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마을 버스를 타고 저 옆 시골 마을로 구경을 갈까 했는데,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빅토리아 파크로 향했다.
입장료는 단돈 200 루피-하지만 현지인들에게는 더 싸다. -.,-
처음 몇 번의 실패 혹은 실수를 바탕으로 이제는 인증샷에 조금 익숙해 진 우리 엄마.
"엄마, 엄마. 티켓 들고 인증샷!"
했더니 이렇게 자세를 잡아 주었다.
그럼 뭘 해. 그 다음 순간, '아차' 했으니 말이다.
우리 배낭을 그렇게나 무겁게 만든 일인자, 카메라 삼각대를 갖고 나오지 않았었다.
길을 따라 나타난 첫 개울가 다리에서 엄마와 같이 사진을 찍고 싶은데,
가방에 삼각대가 없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알리자 한 말씀 하신다.
"어깨가 빠지라고 들고만 다니죠?!" ㅋㅋ...
여행 내내 자주 들은 말이요, 나중에는 내가 자수하듯 말하곤 했으니
스님의 정신머리도 참 맑다.
하지만 그동안 갈고닦은 '있는 바 활용하기' 기술(?)을 통해,
다리 난간 저편에 카메라를 잘 세워 두고 카운트 다운!
자주 손가락 브이를 만드는 나를 두고 엄마는 '촌스럽게...'라고 하시지만,
활짝 웃는 얼굴과 손가락 브이는 사진에 대한 예의라고 나 역시 강력하게 주장하곤 한다.
'들어가지 마시오' 일색일 우리나라 잔디밭과 달리, 빅토리아 파크의 너른 잔디밭은
언제든 들어오시오- 분위기여서, 나도 한 번 밟아 드렸다.
어릴 적, 엄마가 야단치면 분위기가 조금 풀리고 나서 내가 투덜거렸다.
"자라나는 새싹을 그렇게 짓밟다니."
그러면 엄마가 말씀하셨다.
"모르제? 풀은 꼭꼭 밟아줘야 강하게 자란디~."
사진 찍힌 줄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확인을 하면서 "언제 찍었어요?"했더니,
"쪼매난 스님이 너~무 씩씩하게 걷길래 재밌어서 찍었어요."하는 우리 엄마.
이글루처럼 다듬어 놓은 나무 아래 서 있는 쌍둥이는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들에게 모델이 되어 주었고,
손에 힘을 잘못 주고 병 뚜껑을 돌리면 아깝게 쏟기도록 담긴 인심좋은 생수로
'건배'를 외치며
푸른 빛깔 가득한 공원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장미 터널, 카라 정원, 가지각색 부겐베리아와 분홍색 천상의 나팔은 어여쁘다 치지만,
내 키만큼 커다란 알로에같이 생긴 선인장은 조금 무섭기까지 했다.
그래도 좋았다.
내가 사랑하는 초록빛깔,
시리도록 파랗다-가 어떤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준, 가까이에 있는 하늘,
웃음이 인색하지 않은 여유로운 사람들과
엄마와 나눈 숱한 이야기, 이야기들이
저 자리에 남아있을 것이라,
지금 돌이켜 보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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