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9일 한글날부터 2013년 1월 30일까지 꼭 110일 동안
스리랑카, 인도, 네팔에 있었다.
미리 준비한 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불교 성지를 중심으로 한 대략적인 루트만 가지고 떠난 길이었다.
2009년 강원 졸업반 때 졸업기념 성지순례를 보름 동안 다녀온 일은 있었지만,
그 때는 가이드들의 철저한 보호 하에 있었기에 몰랐던 인도를 이번에 많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위험한 일은 없었다. (몇 번, 아차!한 일은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몇 가지, 가장 기본적인 것만 지켜주면
요사이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인크레더블 인디아와는 다른 인도를 여행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1. 밤에는 절대 나가지 말 것!
우리는, 엄마와 딸, 두 사람 다 여성이다.
키는 둘 다 150, 둘 다 작! 다!
몸무게는 43, 진짜 작! 다!
키도 몸집도 작은 두 여자가, 달랑 둘이서 로컬 버스를 타고 다녔다고 하니까,
인도인 조차도 "조심하세요. 여기 사람들은 나빠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인도인은 95%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낮에 만난 사람들이었다.
밤 외출은 딱 두 번이었는데, 한 번은 슈라바스티 한국사원인 천축선원에서
매니저 스콜라 처사님네 딸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대중 모두가 초대받아 나갔을 때였고,
한 번은 잘가온이라는 도시에서 호텔 맞은편에 있는 가게에 물 사러 간 일이 전부였다.
결혼식에 갈 때는 물론 대중 모두가 함께였음을 밝혔고,
잘가온에서는 길 건너 가게 가는 것도 둘이 함께 갔었다.
방에 혼자 남아있는 것도, 밖에 혼자 나가는 것도 조심스러울만큼 여행 초기였다.
이 지역들은 가을, 겨울이 여행에는 적합한 계절이다.
평균 기온은 우리나라 늦여름~초가을을 오락가락한다지만, 해가 일찍 지는 것은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으슥한 곳이라면 늦은 시간 여성 한 두 명이 다니기에 무섭긴 마찬가지다.
AB형 우리 엄마가 늘 했던 말.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아!"
맞다. 위험한 시간은 피하는 것이 상책.
그렇다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사람들이 붐비기 전에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낫다.
또 일찍 자면 그만큼 피로가 덜 쌓인다.
우리가 끝까지 쌩쌩했던 이유?
더러는 12시간까지 잤던 잠의 위력이랄까... ^^
2. 섭섭하지만 경계할 것은 경계해야지!
보드가야 마하보디 사원에서 절 기도를 하고 있는 도반을 만났다.
그 넓은 곳에서 서로가 와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만난, 정말 반가운 만남이었다.
혼자 온 도반은 벌써 몇 달 째 한국절 고려사에 머물고 있다고 했는데,
인도에 도착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몰려드는 아이들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전화기와 카메라를 도둑맞았다고 했다.
익히 알려진 수법!
첸나이에서 처음으로 인도 열차를 탑승하게 되어 첸나이 역으로 갔다.
역사가 두 곳이나 있는데, 표를 예매했던 외국인 창구가 있는 곳은 주 경계 내에서만 다니는 비교적 단거리 열차가
광장 저편에 있던 다른 건물은 장거리 열차가 서는 곳이라고 해서
우리는 그곳을 찾아갔다.
수많은, 정말 엄청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배낭을 메고 벤치에 자리가 나기만을 노려보다가
몸을 날려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름 많이 좋아지고 있는 인도 기차역 상황을 즐기며
나름 많이 예쁜 색으로 반짝이는 전광판에 우리 기차번호가 뜨기를 기다리며 구경을 하는데,
헐...
벤치에서 볼 수 있도록 되어있는 10여 대의 TV에 공익광고 같은 것이 자꾸 나왔다.
글은 몰라도 그만, 동영상만 봐도 교육 효과 짱!인 내용이었다.
기차에 타면 가방은 묶어 두세요. 화장실 간 사이에 누가 훔쳐 갑니다.
옆자리의 사람을 믿지 마세요. 그 사람이 도둑일 수 있으니 짐을 봐달라고 하지 마세요.
누군가 먹을 것을 주거든 먹지 마세요. 당신이 잠든 사이 지갑이 없어집니다.
창가에 기댈 땐 밖에 있는 날치기를 조심하세요. 팔찌나 목걸이를 채 갑니다...
두 이방인은 그 동영상 끝에 나오는 지역 경찰 전화번호를 수첩에 적어두었다.
먹을 것에 약을 타는 것은 비단 외국인만을 향한 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 기차에서 혹은 어느 곳이라고 하더라도 '친구'를 사귐에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행을 통해 좋은 현지인 친구를 남긴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래도 무조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한 번 더 살피고, 한 번 더 조심하는 것이 우선은 나를 아끼는 일임을 새겨야 할 것이다.
3. 도움을 청할 때는 확실하게!
따지고 보면 우리는 많은 도움을 받으며 여행했다.
두 사람만 똘똘 뭉쳐서 다닌것 같지만, 날마다 곳곳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줘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여행을 했다.
1순위는 경찰.
미안한 말로 못 믿을것이 경찰이라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이가 또한 경찰이다.
교통 경찰이나 기차역에 있는 경찰은, 우리가 만나 본 한 100% 친절했다.
마침 퇴근길이라면서 우리가 찍은 숙소까지 데려다 준 여경도 있었고,
톡톡 기사와 요금 시비가 붙었을 때 기사에게 윽박지르며 - 원만하게 해결해 준 이도 경찰이었다.
그 다음은 젊은이. 그들은 어디선가 나타난다. 잘생긴 젊은이! ^^
'약도'라고 불러야 옳을 지도를 들고 버스 스탠드를 찾고 있을 때였다.
지나가는 젊은이에게 길을 물었다. 한 번에 OK! 원하는 답을 얻었다.
이럴 때는 중년의 신사들은 적합하지 않다. 그들은 대개 톡톡을 잡아주고 일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그리고 그 톡톡들은 대개 바가지를 씌우려 덤빈다.)
버스 스탠드 입구에서 가고자 하는 지역을 소리치면 차장들이 손을 흔들어 알려주곤 한다.
"이 차 타! 이 차가 거기 가."
"저 차 타! 저 차 타면 거기 가."
외국인의 출현에 흥분한 차장들이라면 직접, 타야하는 차까지 에스코트 해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한 번은 지역 정보가 충분치 않아서 목적지 이름만 알지 경유지 이름을 몰랐던 적이 있다.
버스 스탠드 입구에서 목놓아 목적지인 "슈라바스티"를 외쳤다.
차장들 모두 어깨를 으쓱하며 대책회의에 들어갔을 때, 바로 옆에서 통화를 하고 있던 젊은이가 말했다.
"여기서 바로 가는 차는 없어요. 파이자바드로 가서 곤다로, 곤다에서 발람푸르로 가야 슈라바스티를 갈 수 있어요.
내가 마침 파이자바드로 가는 길이니 저 버스를 같이 타는게 어때요?"
또 한 번은 버스 스탠드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불가촉민 여성 두 명이 나타났다.
먼저 우리에게 다가왔던 사람은 내가 단호하게 "네히!"라고 하자 애처로운 눈빛을 한 번 더 발사하곤 멀어졌다.
다음 사람은 달랐다.
몇 번이나 우리 주위를 맴돌더니 이내 내 팔을 톡톡 치면서 뭐라고 웅얼거렸다.
불가촉민은 카스트 내에 있는 인도인들은 건드릴 수 없지만, 외국인은 건드릴 수 있다.
더구나 외국 여성은, 그들 인식에는 불가촉민과 다름 없으므로...
그 때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있는 젊은이랑 눈이 마주쳤다.
내가 "Help me!"했더니 그가 벌떡 일어나서 엄마와 내가 있는 벤치로 왔다.
그리고 그 큰 눈을 부릅뜨면서 그 여성에게 뭐라고 말을 했고, 상황은 종료.
그는 배시시 웃으면서 "Good day." 했고, 나는 "Thank you." 했다.
상황마다 다르지만 젊은이들은 대개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영어도 꽤 할 줄 아는 이들이 많다.
그렇게 도움을 받은 이들은 대개 시크한 젊은이들이라 사건 이외의 수다를 떨려고 덤비지 않는 면도 있다.
오히려 먼저 나서서 말을 걸고 먹을 걸 권하던 이들에게는 경계의 눈총을 쏘았으니,
사람은 다 제가 행동하기 나름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현지 가이드!
이 부분은 3년 전 졸업 여행 때의 정보가 큰 도움을 줬다.
실크로드라는 전문 여행사에서 동행했던 이상일 이사님은 물론이고
델리에 있는 실크로드 사무실의 Mr.너윈, Mr.아진드, Mr.훠티는 물론이고
네팔 카트만두의 Mr.아르준까지!
슈라바스티 천축선원과 룸비니 대성석가사의 주지스님들과 총무 보살님들의 도움 역시 컸다.
어떤 루트를 통하든 비상상황에 쓸 전화번호 몇 개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이 든든하다 할 것이다.
뭐, 이 정도?
여행중에 우리나라 가이드북을 여러 종류 볼 기회가 있었는데,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저자들은
'우리가 잔소리꾼이라고 독자들이 싫어한다더라.'라고는 했지만,
그들의 당부가 안전한 여행을 끝낸 뒤에도 귀에 쟁쟁하다.
밤에 돌아다니지 말 것, 여럿이 다닐 것, 의심을 완전히 풀지 말 것.
그 단순한 이치들은 우리나라에서도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가 좋아하고 꿈꾸는 '스님'들의 뒷모습.
천축선원에서, 스콜라 처사님네 결혼식 구경 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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